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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그림

무늬에 대하여

 

우리는 일상 속에서 매 순간 무늬를 본다. 어릴 적 엄마의 잔소리를 들을 때 보던 바닥의 나뭇결 무늬, 길을 걸을 때 바닥에 보이는 벽돌 무늬,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때 흔들리던 나뭇잎 무늬, 흘러가는 물에서 반복되는 곡선 무늬 등, 이런 무늬들을 보고 있을 때면 시간은 멍하니 잘 흘러간다.

 

무늬는 눈 둘 곳을 잃게도 하고 집중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런 작용은 대상과의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반복되는 무늬의 일부분을 가까이서 볼 때는 그것은 무늬가 아니다. 하지만 다시금 거리를 두고 멀리서 보게 되면 무늬가 된다. 나는 대상과의 물리적 거리를 조절해 보는 것이 어쩌면 심리적 거리감으로 연결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림의 소재로 삼는 자연물에서 대상이 가진 무늬를 포착해 그리다 보면 그것들은 부분에서 시작해 그림 전체가 되어간다. 대상을 그림에 가져올 때 나는 그것의 무늬를 부분적으로 재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림 안에서 떠돌다 보면 처음 시작했던 대상의 무늬와는 상관없이 그림 전체가 무늬가 되어간다. 무늬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느새 그림 무늬를 좇아 화면을 멍하니 채우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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